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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취업 이야기

일본 대기업의 복지는 한국과 이것이 다르다?

by 서울도쿄 2020. 8. 1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복리후생이 충실한 대기업에 대한 취준생들의 선호도는 매우 높으리라 생각된다. 일본도 해마다 취업 시즌이면 취업 전문 사이트에서 각 기업별 복리후생 및 장단점을 종합하여 순위를 매긴 자료가 큰 인기를 끌 정도로 취준생들의 대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늘은 일본 대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복리후생을 자사 사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교육, 연수제도가 풍부하다

일반 기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대기업들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체계화되고 전문화 된 교육 연수제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대기업의 경우 여러 그룹회사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포지션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연수를 실무 경험을 통해서 쌓는게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타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타 기업으로의 파견(客先常駐) 및 타 기업에서의 연수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연수라는 것이 보통 3~5회 코스에 1회당 10만엔 이상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회사 경비로써 처리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원래 문과 출신인 필자의 경우에도 순도 100%의 이공계 IT회사에 들어와 신입사원 시절부터 이러한 회사의 각종 연수와 교육을 통해 5년차가 된 지금은 왠만한 전공생 못지 않은 지식을 어디가서 얘기할 수는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2 해외연수 및 MBA등의 교육 기회도 풍부

글로벌 시대이니 만큼 왠만한 대기업의 경우에는 모두 자사의 해외지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의 회사의 경우에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각 지사로의 트레이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희망하는 사원이 해외에서 1년간의 업무 경험을 쌓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해외 MBA및 석박사 취득 제도를 통해 회사가 필요로하는 스킬에 대해 사원의 습득을 장려하며 일정 조건을 만족시킨 경우 해외 유학에 필요한 전액을 제공하여 인재 양성에 힘쓴다. (다만 이 제도를 통해 해외 유학을 다녀온 경우 귀국 후 10년 이상 회사에 공헌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의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 한 경우가 많다.) 

#3 사내식당의 운영

한국 기업의 경우에도 사내 식당을 운영하면서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이 식사 비용조차 무료인 곳이 많다고 들었다. 일본의 경우는 대기업일지라도 사내 식당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가격과 맛이 복리후생의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대기업의 경우 보통 한끼 380엔 이하라는 매우 싼 가격에 이 사내 식당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매달 4~5000엔 정도의 식비보조 수당이 지급되는 기업도 있어 10끼 정도는 사실상 무료이다.)

#3 편의점 운영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들의 경우 일본의 3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과 연계하여 자사 오피스 내에 편의점을 들여 놓는 경우가 많다. 일본 편의점의 특성상 매우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왠만한 물건의 경우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이 편의점 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4 잘 갖춰진 노동조합(労働組合)의 활동

필자의 주변에 노동조합의 단어가 일본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해주면 대부분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일본에도 노조가 있어? 라고 반문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강성노조들을 보면 한국 노동조합이 우주 최강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당연히 원조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본의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비교적 사(社)측과 매년 임금협상을 잘 협의하는 느낌이며 상생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회사의 경우 아직까지도 한 회사에 입사하면 종신고용(終身雇用)되어 정년까지 일 하는 것이 가능한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데, 이러한 안정감의 바탕에는 노동조합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다. 그만큼 사측과도 잘 협조하지만 사원들의 이익도 확실히 지켜내는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일본 대기업들의 임금 협상은 보통 도요타 자동차의 노사협정 결과가 다른 기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필자의 회사노조 또한 매년 도요타 노조의 임금협상 결과와 자신들의 협상결과를 동시에 발표하여 우리도 이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강조하곤 한다.)

#5 충실한 휴가제도

일본에도 나라에서 법적으로 정한 휴가 일수를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회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일본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러한 휴가제도들이 충실하게 갖춰져있으며 또한 지켜지는 편이다. 필자의 회사의 경우에는 특히 1년에 주어지는 연차를 100% 소화해야 한다는 룰이 있기 때문에(1년 20일, 여름휴가 별도 5일) 이 20일을 소화하기 위하여 일본의 공휴일에 이 휴가를 붙여 10일 이상의 휴가를 연 4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 (한국의 공휴일에 비해 일본의 공휴일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육아휴가, 간병휴가, 근속기념휴가 등등이 충실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눈치보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편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남자측에서 육아를 위해 3개월 이상의 장기휴가를 취득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소화하지 못한 연차가 남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처럼 돈으로 보상해주는 경우는 없으며 대부분 3년 이내에 자동 소멸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필자처럼 딱히 쉰다고 하더라도 할게 없는 사람에게는 좀 메리트가 없기는 하....ㅜㅜ

#6 기숙사 및 사택의 운용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일본 대기업의 가장 큰 복지는 이 사원 기숙사 및 사택 제도가 아닐까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함으로써 일본 도쿄의 살인적인 월세(전세 제도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를 엄청나게 세이브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가령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사택의 경우 도쿄 이타바시구 (板橋区)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월세로 살 경우 관리비를 포함하여 약 9만엔의 돈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사택에 거주함으로써 사택사용료와 관리비를 합쳐 월 1만 5천엔 정도로 주거비를 절약할 수 있다. 보통의 기업의 경우 사택에 살 수 있는 나이제한을 35살까지로 두고 있는 편이긴 하나 필자가 HR담당자에게 문의한 바에 의하면 35살이 넘어서도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계속 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7 자사주식 구입 가능

필자도 매우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복지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 사원의 경우 월 상한 5만엔 까지 자사의 주식을 구입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구입 금액의 10%를 장려금 차원에서 주식으로 보전해 주기 때문에(가령 매월 5만엔의 자사주를 구입한다면 추가로 5천엔을 회사가 보태주어 총 5만 5천엔의 자사주를 소숫점 단위로 구입 가능) 평소 주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특히나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매우 우량한 기업이라면 매우 유용한 복리후생이라 할 수 있다. 일년에 2번 배당금이 들어오니, 장기로 꾸준히 자사주 구입을 지속하면서 자신의 성장과 함께 회사 또한 같이 성장해 나간다면 복리의 마법에 따라 20년 후에는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게 가능해지기 때문에 필자는 이 자사주 구입을 꾸준히 지속해 나갈 생각이다.

#8 그 외

상기 복리후생 외에도 기타 수많은 복지들이 존재하지만 이를 다 열거하기엔 끝이 없으니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복지를 위주로 마무리를 하겠다. 일본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상기에도 설명하였듯 서로의 서비스와 상품을 팔아주고 이용해주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리후생 또한 공유하는 경유가 많다. (한국 대기업의 경우 재벌기업 위주로 모든 사업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만으로도 사내 복지가 완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전 후 대부분의 재벌 기업들이 해체되었기 때문에 이가 불가능하다.) 가령 필자의 회사가 스폰서로 들어가 있는 도쿄 디즈니 랜드의 경우 필자 회사의 사원들에 한정하여 디즈니 입장료를 최대 50%까지 할인해 주기도 한다. 또한 일본 최대 영화관 중 하나인 토호 시네마(東宝シネマズ)의 영화 티켓을 500엔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거나, 일본 전국 각지의 리조트를 3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등의 복지가 갖춰져 있는것도 일본 대기업으로써의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사실 이 복리후생이란 것 자체가 회사 및 나라 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복지를 기준으로 한 설명임을 감안하고 위 글에 자신의 회사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